어느 가을날

어느 가을 날
어느 가을 날,
산을 오르며
친구가 말했지요.
우리
해가 질 때처럼
아름답게 살다 가자.
다가오는 어둠에
자리를 내놓으며
마지막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장식하는
떨어지는 해처럼
우리
그렇게 가자했지요.
우리가 힘겹게 올랐던
버겁고 거대한 산.
이제는 시그러지는 숨결을 가다듬으며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이 길.
머지않아 끝날 이 길.
몇 년 전,
죽을 목숨 붙들어 놓았던
사랑하는 친구가
속삭이듯 말했지요.
우리
해가 질 때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살다 가자.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요즈음 이곳 학교도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비까지 내려 그 선명함을 더해주었지요.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영원의 문을 더 그리워하게 되면서 마지막을 정말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육체의 쇠진함 속에서도 영혼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 갈수록 자신에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일까요? 불타는 사막을 맨발로 건너왔는데 이제는 노년의 강물을 따라 힘겹게 노를 저어가고 있네요. 가슴에 사랑의 노래만이 남길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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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계절의 바퀴 속에서 가야할 시간이 되면 떠나고 돌아올 때가 되면 다시 오는 한 계절 물가에 머무는 새처럼 우리 각자는, 하느님 소명이란 바람을 타고 오고가는 한 마리의 새인 것 같습니다. 때론 한 호수에서 첨벙거리며 노래하고 때론 같은 시냇가에서 목을 축이고 가끔은 다른 곳으로 가버린 이들을 안타까워 하지만 언제나 같은 별에 의지하여 날개짓하며 날아가는 새인 것 같습니다. 볼 수 없으나 느낄 수 있는 앞서간 ...
2007.03.04
조회 수: 5546
어듬이 내리면 더 깊어지는 산 어둠이 다가오면 더 아름다워지는 하늘 어둠이 찾아오면 둥지에 앉아 침묵 속에 머무는 새들. 나의 하느님, 어둠이 내려 당신께 날아갈 때 더 깊어지고 더 고요하며 더 아름다운 혼이게 하소서.
2007.02.12
조회 수: 5227
바람을 향해 부르는 노래 당신 가시는 길로 흐르는 구름이 되고 당신 달리시는 곳으로 눕는 풀이 되고 당신 오셨음을 알리는 맑은 풍경소리 되어 당신 살아계심을 전하게 하소서. 허나, 자신 안에 켭켭이 욕망을 쌓고 또 쌓아서 아무리 톱질해도 당신을 보지 못한다면 내 깊은 속에 들어와 늘 숨쉬고 있는 당신을 만나지 못한다면 차라리 햇살 앞에 뿌리채 뽑혀 당신 앞에 온전히 몸을 드러낸 쓰러진 나무이게 하소서. +나의 하느님...
2007.02.06
조회 수: 6165
*소망* 한줄기 빛의 화살로 쏘아져 절망의 두터운 구름장을 깨트리고 나아가 당신 가슴에 닿아서 파도처럼 출렁이며 펼쳐지는 충만한 기쁨이고 싶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내일이면 이 해도 다 가네요. 오늘 이곳에는 첫 눈이 내렸습니다. 저는 시험을 다 끝나고 오늘로 성적처리까지 끝내니 새해를 홀가분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흘 전, 송년회 축하 공연에서 저는 제가 가르치는 남학생과 함께 마법의 성을 노...
2006.12.30
조회 수: 5946
꿈을 꾸네요. 이 겨울 동안 긴 잠을 잔다 해도 꿈조차 잃어버린 것은 아닙니다. 내 안에 있는 사슬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온 몸이 칭칭 묶였다 해도 잠으로만 빠져든 것은 아닙니다. 보이지 않으나 다가오는 당신의 모습을 시리도록 바라보며 들리지 않으나 걸어오는 당신의 발걸음을 숨죽여 들으며 서럽도록 그리운 당신을 향한 빛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내일부터 대림절의 시작입니다. 한국에는 흰 눈이 ...
2006.12.03
조회 수: 5847
막달레나의 노래 당신에게 지워진 십자가가 너무 무거워 내 등이 아픕니다. 당신에게 박힌 가시가 너무 깊어 내 심장에서 피가 흐릅니다. 그렇게 먼 시간을 비틀거리며 걸어와 이제 풀릴 때도 되었건만 그렇게 낮고 낮은 데로 추락해 이제 멈출 때도 되었건만 오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당신을 찌른 창날이 너무나 잘 보여 내 온 몸에 숭숭 구멍이 뚫립니다. (2006.11.2)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며칠 전 상처투성이가 된...
2006.11.06
조회 수: 6146
시를 닮은 수녀님의 맑은 웃음소리가 느껴집니다..늘 이렇게 그리움이 묻어납니다..수녀님의 시를 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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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함께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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