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2주일 (나해) - 황의현 바오로 신부님 -

홈지기2021.09.01 14:30조회 수 27댓글 0

    • 글자 크기

연중 22주일 (나해) - 마르7,1~23

 

늘 그렇듯이, 오늘 주님의 말씀 역시,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이나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거룩하게 변모하라는 열렬한 호소로써 우리가 더욱 거룩하고 새로워지도록 일깨워줍니다. 오늘 말씀은 한마디로, 주님의 말씀을 그저 듣기만 하지 말고 실천하라, ‘사람의 전통을 지키기보다 하느님의 계명을 따르라는 것이죠. 주님 말씀의 씨앗을 삶 안에서 품고, 틔우고, 키워서 좋은 열매를 맺으라는 것입니다.

 

한편, 말씀을 실천하고 열매를 맺기에 앞서 깨끗하고 흠없는 신심을 지니라고 합니다. 그저 몸으로 관습과 전통을 따르거나, 입술로 주님을 찬미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음을 담아서 하라는 것이죠.

 

전통과 관습은 주님의 말씀을 잘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이 쌓여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말씀의 본뜻과 정신은 희미해지고, ‘형식과 절차와 규정들이 더 부각되어 힘을 발휘하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말씀과 하느님 계명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관성에 따라 사는 무심한 마음을 자각하고, 전통 안에 담긴 근본정신을 재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처럼, 오늘 말씀은 우리 공동체와 개인이 쇄신하고 회개해야 할 점은 없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얼마 전, 여러분은 사랑의 씨튼 수녀회 모원설립 150주년과 한국 뿌리내림 60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명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은총에 감사를 드리고 경축하는 동시에 유구한 역사를 통해 쌓아온 공동체의 전통들을 되돌아보며 쇄신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대한 계기가 되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때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현재 여러 분야에 걸쳐 쇄신작업이 구체화 되고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수녀님들 개개인의 역사를 성찰해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을까요? 나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수도생활을 하고 있는지... 나는 어떤 가치를 내 수도 생활의 버팀목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매일의 기도생활부터 시작해서 공동체 생활, 사도직, 그리고 여가생활에 이르기까지 두루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가운데, 관성에 따라 무감각하게 몸에 젖은 습관대로 살아가는 면은 없는지, 반복되는 악습은 없는지, 때로 본질보다는 체면을 앞세우지는 않는지, 순례하기보다는 안주하려 들지 않는지, 특별히 수도자로서 어떤 꿈을 꾸며 사는지... 어떤(형용사) 수도자로 살고 싶은지? 살고 있는지? ... 등등을 성찰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몸에 밴 습관이나 전통이랍시고 해오던 것을 아무런 성찰이나 비판 없이 그냥 하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손쉽고 편하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고민을 하면서 애써 공을 들일 필요가 없고, 변화와 쇄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나 공동체에 생길 긴장이나 불안 요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태도가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규정이나 전통에 맹종하는 것이 될 수 있음을 오늘 주님께서 경고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반복해서 자주 걸려 넘어지는 악습 하나를 고백하자면요... 경청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그 생각을 잘 정리해서 말하려고 준비하느라 듣는 것을 놓치고 맙니다. 이런 태도는 주님과의 대화 중에도 곧잘 드러나고 맙니다. 굴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마음속으로 다지고 또 다지는 말씀이 있습니다. 야고보 서간의 말씀인데요. “듣기는 빨리하되 말하기는 더디 하십시오.”(야고1,19)

 

하느님께서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갈아엎으십니다. 돌처럼 굳은 마음을 도려내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심어주십니다. 수녀님들도 살아가시면서 그럼 체험들을 해오셨을 텐데요. 때로는 갈아엎도록 주님께서 우리에게 기회를 주시는데, 알아듣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치거나 알면서도 못 본 체할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을 포함해서, 연중 제22주간 내내 한번 깊이 성찰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성찰의 기간이 지난 한 달 동안의 삶이면 좋겠고요, ‘일 년 동안의 삶이면 더 좋겠고, ‘첫서원 이후, 현재까지의 삶이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오늘 이 미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손을 건네시는 주님의 초대에 자발적으로 응하신다면, 거기서 뭔가를 얻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야고1,22)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마르7,8) 아멘.

 

 

 

    • 글자 크기
연중 제 23주일 (9월 5일) - 이영수 신부님 (by 홈지기) 연중 제 20주간 수요일 (8월 18일) - 윤진수 요셉 신부님 (by 홈지기)

댓글 달기

이전 1 2 3 4 5 6 7 8 9 10... 40다음
첨부 (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