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 이영수 신부님

홈지기2021.06.07 15:27조회 수 4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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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202166)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어떻게 가난하게 살고,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가난한 이들을 환영하고, 어떻게 힘없는 이들의 친구가 되고, 어떻게 여인들, 나그네들, 죄인들, 세리들의 편에 설 것인가, 그 본을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당신의 꿈을 제자들과 나누십니다. 그분이 제자들을 부르신 것은 모두가 하나되는 새 인류에 대한 당신의 꿈을 나눠 가지고 이 땅에 그 나라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은 공생활을 막 시작할 무렵, 갈릴래아 가나 마을 가난한 두 집안에 혼인 잔치에서, 난처해진 집안사람들을 구해주려고, 하느님의 나라가 혼인 잔치라는 사실, 그리고 우리의 맹물 같은 인생을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됨의 황홀한 새 인생으로 바꿔주기 위하여 당신이 이 세상에 오셨음을 보여주고자, 가나에서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십니다. 어쩌면, 성체성사에 대한 첫 번째 상징입니다.

그리고 온종일 당신을 따르느라 배고프고 지친 무리들을 위해서 오병이어 기적을 베푸신 후에 예수님은 생명의 빵에 관한 말씀을 여러 번 하셨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

오병이어 기적과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은 성체성사를 염두에 두시고 하신 두 번째 상징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몸이 빵이라고, 당신의 피가 포도주라고,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말도 안 되는 말처럼 들리는 바보 같은 말씀에 많은 추종자들이 그분을 등지고 떠났습니다. 예수님은 떠나는 그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셨습니다. 당신 가슴에서 솟아나는 심오한 비밀을 나누어 주려고 했는데 아무도 귀 기우려 듣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너희들도 나를 떠나려는가?”

나자렛 예수에게 모든 것을 걸고 추종했던 제자들에게 결국 최후의 만찬이 되고 말았던 마지막 밤, 과월절 최후의 만찬 식탁에서의 의미심장한 말씀이 새벽하늘처럼 다가옵니다. 너희는 받아먹어라, 받아 마셔라 하시며,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하시더니 이튿날 정말로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주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그 까칠까칠하고 초라함 빵 한 덩이를 자신의 혼백을 담아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내어놓는다고 했을 때, 그것은 상징이고 비유의 말씀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참말이었습니다.

우리가 성체를 받아 모신다는 것은 부활하신 영광의 그리스도를 모시는 것이 아니라 살아생전 갈릴래아를 돌아다니시던 예수님의 모든 삶을 받아 모시는 것입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라고 하신 말씀에 따라 성체성사를 거행할 때마다 예수님의 전 생애와 죽음을 기억하며 그분의 모든 삶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성체성사 안에는 베들레헴 마굿간의 여물통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탄생하신 강생의 신비가 감추어져 있습니다. 척박한 고난의 땅 갈릴래아에서 목수 일을 하던 노동자 예수님의 모습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버림받고 소외된 죄인들과 어울리면서 오해받고 배척당하실망정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며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시는 착한 목자 예수님이 그 안에 계십니다. 높은 사람이 되어 대접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시며 몸소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시며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해야한다고 본을 보여주시던 그분이 지금 우리 안에 현존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과 이별하시던 날,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고 하신 약속과 너희가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임 곳에 나도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신 주님께서 우리가 그분의 이름으로 모여 함께 나누는 성체 안에 지금 여기에 현존하십니다.

그러므로 성체 안에는 세상과 인간을 사랑하시는 놀라운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담겨져 있습니다. 즉 멀어졌던 하느님과 인간을 다시 결합시켜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과 일치시키려는 구원 계획이 들어 있고, 갈라진 사람과 사람을 놀라게 한 몸으로 일치시키려는 당신의 꿈과 계획이 들어 있습니다. 이토록 놀라운 하느님의 계획과 심오한 신비가 담겨 있는 성체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화두입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가르침을 그대로 수용하여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안에 교회의 영적 전 재산이 내포되어 있다.’하였습니다.

사막의 은수자 까롤로 까로토는 감명 깊은 신앙고백을 하였습니다. “내게 성체는 우주의 압축이고 성서의 요약입니다. 성체는 은총의 충만함이고, 성서의 신비 속에 감추어 있는 진주며, 하느님 말씀의 밭에 있는 보석이며, 임금이신 하느님의 비밀입니다.”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교회는 성체성사로 살아갑니다. 사제고 성체성사 때문에 있고 신자도 교회도 성체성사를 위하여 모이는 백성입니다.

성체성사는 한마디로 내가 남의 밥이 되어주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교회의 본질도 명확합니다. 교회는 바로 먹을 것이 되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고, 신앙은 바로 내 자신이 먹을 것이 되어주는 존재로서의 거듭남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그 몸을 받아 모시는 우리들은 어느새 하느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은 그분 안에서 그분의 힘으로, 그분의 정신으로, 그분처럼 비우고 나누고 바치고, 섬기고, 그분과 일치하여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바로 여기에 성체성사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체성사는 우리가 하느님을 닮는 일입니다. 밥이 되어주는 삶을 사는 일입니다.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것처럼, 성찬은 우리 모두를 변화시키는 성사입니다. 당신의 육과 피를 먹고 나누어 마신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똑같이 도전의 말씀을 건네십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오하고 말입니다. 이제는 쪼개어지는 성체를 받아 모시는 우리들이 당신의 일을 이어가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그 거룩한 변화를 위해 살아 이 땅이 하느님의 나라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6월은 예수성심 성월입니다. 예수 성심의 사랑은 특별히 성체성사에 담겨져 있습니다. 어지신 예수 성심을 본받을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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