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성 야고보 사도 축일) 질그릇에 담긴 보물 - 마카리오 신부님

씨튼파랑새2020.07.25 16:36조회 수 17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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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어느 미국 영화에서 한 사제가 미사 전에 제의를 갖춰 입으면서 ‘하루 중 이때 만이라도

이렇게 하얀 옷을 갖춰 입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푸념 섞인 말을 했다. 그땐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는데 지금은 그 대사에 깊게 공감한다.

 

지극히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사제는 거룩하고 순결한 의미가 담긴 몇 가지 옷을 겹쳐 입는다.

그 옷들과 미사 경문 그리고 성찬례에서 하는 사제의 행위는 모두 거룩한 것을 가리키지만 그 입과 몸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은 게 아니라 그 거룩한 행위에 합당하지 않다. 그런데도 이 조화롭지 않아

어색한 일을 그것도 매일 한다. 함께 있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들이 함께 있다.

 

하느님은 진흙 인형을 만들어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게 하셨다. 사람은 하느님을 닮았고

하느님의 영을 간직하고 있다. 현대의 어떤 성인은 어느 순간에 모든 사람들 안에서 그 영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걸 보았다고 하던데 그게 그건가 보다. 그렇지만 세상을 보면 아니 나 자신만 봐도

그 성인의 증언이 의심스럽다. 지금도 그렇고 예수님이 살던 세상도 그랬을 거다. 바로 이런 세상에서

하느님이 사셨고, 지금도 이런 우리와 함께 사신다.

 

우리는 거룩하지 않은 몸과 마음으로 거룩해지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매번 실패하면서도 똑같은

결심을 또 한다. 세상은 이런 우리를 두고 참 염치없다고 비난하겠지만 우리는 인내하는 중이라고

증언한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분은 따로 계시기 때문이다.

바오로 사도가 말하듯이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힘이다. 그걸 보여주시려고 이 부서지기 쉬운

진흙 인형, 사도의 말처럼 질그릇 속에 그 보물을 담으셨다(2코린 4,7).

 

우리는 할 수 없지만 하느님은 하신다. 예수님은 훌륭한 사람들이 아니라 질그릇 같고 들풀 같은

사람들을 제자로 삼아 가르치셨다. 의인이 아니라 죄인들을 부르셔서 그들과 함께 계셨고 당신 일을

맡기셨다. 함께 있을 수 없는 것이 함께 있고 질그릇에 보물이 담으셨다. 그러니 어색한 동거를

그러려니 하고 오늘도 선하고 거룩한 것을 찾는다.

 

주님, 거룩하지 않은 이들을 사도가 되게 하셨습니다.

세속적인 사람들을 하느님 나라의 시민으로 만드셨습니다.

몸을 씻는다고 제 안의 너저분한 욕망들이 없어지지 않고 맹렬한 금욕생활은

자아만 더 크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이 질그릇에 계신 주님의 자비와 사랑만이 저에게 희망이고

그 길을 따라가야 완전해진다고 또 다시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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