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말고는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는 사람들..

홈지기2013.07.09 15:14조회 수 329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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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 14주일   
본원미사 강론. 이영수 신부님
 
 예수님이 열두 제자를 파견하셨다는 사실은 마태오, 마르코 및 루가 복음서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들은 일흔 두 제자의 파견은 루가복음서에만 있습니다. 루가복음서는 예수님이 열두 사도를 파견하셨다고 말한 다음 예수님이 당신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기로 마음을 굳히시고, 심부를 꾼들을 앞세워 보내셨다고” 고 말합니다. 이 복음서는 이때부터 시작하여 제자들이 뒤따르는 가운데 예수님이 앞장서서 예루살렘의 십자가를 향하여 먼 길을 가면서 여러 가지를 가르치신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루가 복음서는 초기 교회의 발전이 열두 사도들의 수고만으로 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복음서는 십자가를 향해 가시는 예수님이 별도로 일흔 두 사람을 더 파견하셨다고 말합니다. 루가 복음서는 일흔 두 제자의 파견 이야기를 하면서, 열두 사도를 파견할 때 예수님이 하셨다는 말씀을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가르치십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오늘 복음은 하느님 나라를 전하기 위한 일꾼들을 보내주시라고 청하라고 하면서, 일꾼들의 임무와 자세를 말씀하십니다. 일꾼은 ‘파견받은 자’입니다. 파견 받은 자는 자기의 뜻과 자기의 일을 수행하지 않습니다. 파견한 자의 뜻, 하느님의 일을 이루는 것이 그의 사명입니다. 오늘 복음을 통하여 예수님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 하느님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총정리 하십니다. 그들은 오로지 하느님의 일과 하느님의 나라만을 의지해야 합니다. 다른 것에 뿌리를 두어서는 하느님 일을 한다고 하면서도 엉뚱한 열매가 맺힐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하여 ‘복음을 최우선으로 삼아라’ 하십니다. 그리고 그 외에 나머지로부터는 더 자유로워야 한다고 하십니다. “떠나라, 이제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이 마치 어린양을 이리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구나. 다닐 때 돈주머니도 식량자루도 신도 지니지 말 것이며 누구와 인사하느라고 가던 길을 멈추지도 마라.”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그 절박함으로, 세상의 무엇에도 기대지 않은 그 간절함으로 떠나라 하십니다. 어떤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이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라고 하십니다. 세상이 제공하는 평화는, 무엇이 있어야만, 그리고 어느 정도 채워져야만 겨우 얻을 수 있는 평화이니까. 평화롭기 위해 무지하게 많은 것을  소유해야 하고 평화롭기 위해 강한 군대와 엄청난 무기를 보유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이세상의 평화는 감히, 아무 안전장치도 지니지 않은 사람들이 절박 하므로 외치는 하느님의 평화에 견줄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오늘 사도 바오로의 고벡이 하느님의 평화를 선포하기 위해 떠나는 제자들을 제대로 설명해 줍니다. “형제 여러분. 나에게는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는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으로써 세상은 나에 대해서 죽었고 나는 세상에 대해서 죽었습니다.”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사람들, 십자가 말고는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는 사람들... 그 정도로 절박한 심정의 사람들, 그 정도의 포기와 버림의 사람들만이 하느님의 뜻을, 하느님의 진리와 하느님의 평화를 제대로 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 떠나가고 이제는 정말로 하느님 당신만이, 그 십자가만이 저의 모든 것임을 뼈저리게 체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그 자체로 평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체로 사랑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만이 주인이신 평화는 무기력한 평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평화일 수 없습니다. 진주를 발견했을 때, 모든 것을 다 팔아서라도 그것을 삽니다. 그때 얻을 수 있는 고귀하고도  값진 가치입니다. 기꺼이 삶의 모든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좁은 길,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는 오늘의 성소자, 수도자들의 길을 생각합니다. 선교는 오늘 복음이 말하듯이,‘병자들을 고쳐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는 일’ 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선포는 그들이 말로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시대 유대인에게 병은 육체적 고통이기도 하였지만, 또한 종교적 절망이기도 하였습니다. 예나 오늘이나 사람들은 불행이 닥치면 하느님이 벌하셨다고 쉽게 믿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벌을 주지 않으실 뿐 아니라, 하느님은 자비하신 아버지라고 선포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불행을 당한 사람이 그것을 하느님이 주신 벌이라고 착각하며 절망하는 데서 그들을 해방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우리도 그렇게 부르라고 가르치신 것은 하느님은 사람을 단죄하고, 벌을 주는 분이 아니라,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우리를 살리며, 우리를 사랑하시는 은혜로운 분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이 열두 사도의 파견과 별도로 일흔 두 제자의 파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많은 신앙인들의 노력으로 이룩한 교회라는 뜻입니다. 오늘도 우리들을 통해서 복음이 전해지도록 수확할 일꾼들을 많이 보내주시도록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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