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고별담화

홈지기2013.05.13 15:53조회 수 355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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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6주일
본원 미사 강론. 이영수 신부님

 요한 복음 14장 15장, 16장,17장은 13장의 최후의 만찬자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불러 앉혀 놓고 이별을 앞둔 스승이 제자들에게 들려주시는 고별의 담화 형식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일러주시는 마지막 유언인 고별담화를 통해 요한은 예수님과 공동체, 곧 교회와의 관계를 정리해 나가고자 하십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계명을 잘 지킬것이며 아버지와 나는 그를 찾아가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예수의 제자는 예수의 말씀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버지와 나는 그를 찾아가 그와 함께 살 것이다.'는 말씀입니다. 
 요한 복음이 기록될 당시의 상황은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그 순간부터 박해를 당할지 모르는 긴장이 가득 베여있는 초세기 교회공동체가 그 대상입니다.
 세상은 아무도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지 않는데, 이를 고백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장나버리는데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사건을 체험한 그들은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포하지 않을 수 없었고, 목숨을 내걸고서라도 복음을 증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들 역시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올지 두렵고, 모든것을 박탈당할지도 모를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들이 뼈져리게 체험하는 바는 오직 하나였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렇게 두렵고 떨리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어둠 속에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반드시 성령을 통해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 그리고 그분께서는 기어이 우리에게 다시금 돌아오실 것이라는 굳은 약속, 이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막막한 두려움 속에서도 울려퍼지는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과 그분의 이끄심에 대한 의탁을 예수님의 유언 형식을 빌어 이글을 읽는 교회 공동체 신자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기쁜소식이 놀랍게도 이 어두운 세상안으로 힘차게 퍼져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성령의 활동이였습니다. 그러기에 요한은 제자들을 남겨놓고 떠나시는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이 당해야만 하는 시련과 박해 앞에서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도록 거듭 당부 하시며 성령을 통하여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리고 오늘 당신이 주고자하는 평화를 약속하십니다. 아버지와 예수님이 거기 머무시면 평화는 저절로 피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난하고 힘들어도 주님이 거기 계시면 천국의 평화가 그곳에 있다는 말입니다. 
 출근 전쟁에, 입시 전쟁, 그리고 취업전쟁, 산다는 일이 전쟁터 아닌 곳을 찾아볼 수가 없는 이 세상 속에서 우리들에게 평화는 무엇입니까?
 예비자 반에서 왜 성당에 나오셨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일주일 내내 전쟁같은 세상살이 시달릴대로 시달리다 이렇게 하루 쉬어야 하는 주일 성당엘 찾아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은 것은 맞습니다. 편한 말, 귀가 즐거운 말만 듣고 싶습니다. 괜한 갈등을 일으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금년도 5,18이 가까워오는데, 사람들은 왜 강론대에서 정치이야기를 하냐고, 그런 거는 하지 말고 그냥 성서 풀이나 영성에 관한 것만 말씀해달라는 주문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요청은 우리네 삶의 아픔이나 모순, 비리와 부정에 관해서는 모른척 고개를 돌리고 그저 마음의 평화만을 위한, 귀가 듣길 원하는 소리들만 듣고자 합니다. 
 평화라는 것이 온갖 모순과 경쟁, 고통과 눈물을 아주 잠시 비켜서 있게 만드는 '진통제'같은 것이라면 그것은 평화가 아닌 아편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세상이 제공하는 평화, 안정과 안락을 위한 숱한 '안전장치'들이 마련되어야만 비로소 획득될 것 같은 평화는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와는 분명히 달라야 합니다. 
 한낱 감상적인 위로나 현실의 아픔을 잠시 동안 망각케하는 알콜 같은 신앙 역시 하느님이 주신다는 평화와는 다를 것이빈다. 만일 신앙이 내가 살아가는 현장의 고통을 잊게 만들거나 포기하게 만든다면 그 신앙이야말로 마약입니다. 교회는 세상이 주는 갖가지 거짓 평화의 유혹에 단호히 반대해왔습니다. 
 평화에로의 초대는 내 안에서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이기심과 안락함이라는 유혹을 끊어버리고 내 스스로 길을 내며 걸아야 하는 치열한 자기 싸움의 길이고, 마음의 평화 운운하며 현실의 기복정도로 신앙을 하고 싶은 유혹과 풍요와 안락만이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믿고 싶은 유혹을 다시 한 번 털어버리고, 그동안 내팽켜쳤던 내 십자가를 다시금 지고 일어서는 길, 그것이 바로 평화입니다. 지금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는 그 확신만이 전부인 평화입니다.
 평화는 완전한 행복입니다 .완전하다는 말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 완전한 행복의 길을 신앙은 이야기합니다. 완전한 행복의 길, 완전한 평화의 길, 마더 데레사는 그길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침묵의 열매는 기도입니다. 기도의 열매는 믿음입니다. 믿음의 열매는 사랑입니다. 사랑의 열매는 봉사입니다. 봉사의 열매는 바로 평화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그 평화를 누리기 위한 우리 신앙인들의 기준입니다. 봉사에 대한 헌신, 사랑에 대한 투신, 믿음에 대한 선택, 기도에 대한 배려, 그리고 침묵을 통한 머뭄이 우리가 차지해야할 평화를 위한 가치들입니다. 한마디로 평화는 목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희생과 시련과 고통을 치루고 얻어내는 결실이고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이제 우리도 이렇게 봉사와 헌신과 사랑을 위해 일어나 가십시다. 그것이 바로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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