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 주님부활 대축일

홈지기2020.04.12 16:32조회 수 9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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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셔야 할 분이 여기 계시지 않습니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여인들이

당도한 무덤 앞에서 그녀들이 본 것은 빈 무덤뿐 이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기념하는 부활의 유일한

증거입니다. 사실은 우리가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이 세상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는

일입니다. 

 

부활 신앙은 빛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만드는 빛입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목숨의 끝이 절망이나 실패로 끝나지 아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뻐할 수 있는 힘, 긍정할 수

있는 생명력에 관하여 오늘 부활은 선포합니다.


기쁘게 사십시다. 이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우리를 휘몰아치더라도 우리 모두는 빈 무덤

앞에서 다시 힘을 내고 다시 정신을 차립니다. 그분께서 우리의 부활을 보증하셨고, 수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증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의 위력을 깨우치십니다.

 

예수의 부활신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간단히 요약해 봅시다.
첫째, 예수의 부활은 하느님께 대한 예수님의 그 가르침, 바로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그 사실을

우리에게 확실히 보여 줍니다.

둘째, 예수의 부활은 예수님의 십자가는 부활과 새 생명을 가져오는 하느님의 능력이요 지혜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우리의 구세주이시고 주님이심을 우리에게 확신시켜줍니다.

셋째, 예수의 부활은 모든 인간의 생활과 인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주면서 세상의 가치관과 인간의 생각을 변화시켜줍니다. 이제는 죽는 것은 사는 것이고 버리고 바치고 비우고 내어주는 것은 체워주고 완성시켜주고 모든 것을 얻는것이 됩니다.

넷째, 예수의 부활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시작됩니다. 우리에게 영원에 대한 희망을 보증해줍니다.

 

한미디로 예수님의 부활대축일은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이 옳았음을 우리에게 확인시켜 준 날입니다. 남을

위한 죽음이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가르침이, 용서는 자신을 주는 것이며 미움이나 복수보다도 더욱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확신에서 그분의 삶은 옳았습니다. 인간을 갈라놓는 온갖 기준, 신분, 온갖 차별, 독선을 절대 배척했던 그분의 가르침이 옳았음을 우리에게 증명해 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십자가를 통해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는 신앙이 절대로 옳았음을 우리에게 확신 시켜주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부활은 우리 신앙의 핵심입니다. 우리를 위해서 마련한 위대한 이 파스카의 역사, 증오와 분열과

전쟁에서 사랑과 화해와 일치와 평화로 부활하는 파스카의 역사를 마련해 주신 하느님께 진정으로 감사를

드리는 날이 되십시다.

 

저는 이 기쁜 날, 2주전 3월 27일 저녁7시 한국시간 새벽2시, 비오는 날밤, 홀로 로마 성 베두로 성당

광장을 걸어오셔서 성시간을 집전하시며 우리에게 전해주신 강론 말씀을 요약하면서 오늘 부활강론을

대신 하려고 합니다.

 

“저녁이 되었다. 우리가 들은 복음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벌써 몇 주 째 저녁이 된 것 같습니다. 

짙은 어둠이  우리의 광장, 거리, 도시로 모여들었습니다. 이 어둠은 지나가는 모든 것을 마비시키는

숨 막히는 침묵과  괴로운 공허로 모든 것을 채우면서 우리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우리는 이를 공기 중에 느끼고, 사람들의  몸짓에서 알아차립니다.

서로의 눈빛에서도 드러납니다. 우리는 두려우며 길을 잃었습니다.

 마치 복음의  제자들처럼 뜻하지 않게 만난 거센 돌풍으로 모두가 당황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마치 두려움에 사로잡혀 “이제 죽게 되었구나”라고 입을 모아 말하던 그때의 제자들처럼 말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마르 4,38) 이렇게 제자들은 예수님이

자신들에게 관심이 없으며 돌봐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예수님은 그들의 외침을 단 한 번

들으시곤, 신뢰를 잃은 당신의 제자들을 구해주셨습니다. ......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주님, 오늘 저녁 당신의 말씀은 우리를 뒤흔들고 우리 모두의

양심을 성찰하게끔 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보다 더 사랑하시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스스로 강하고

불가능이 없다고 자만하며 전속력으로 달려 왔습니다. 우리는 이익을 탐하고, 스스로 일에 휘말리고, 

서두르며 달려왔습니다. 주님의 경고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았고, 전 세계적 전쟁이나 불의 앞에서 정신을

차리지도 않았으며, 가난한 사람이나 중병이 든 지구의 외침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병든 세상에서 언제나 건강하게 지낼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정하게 달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풍랑 치는

바다 위 한가운데서 우리는 주님께 이렇게 외칩니다. “주님, 일어나십시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지니라고 호소하시고

꾸짖어주십시오. 당신께서 계시다는 사실을 믿기 위해서라기보다 당신께로 달려가 당신께 의탁하도록

해주십시오......“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믿음은 우리가 구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시작됩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풍랑 가운데 계시며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난파되는 것 같은 이 시간들

속에서 우리가 다시 깨어나 확고함과 지지와 의미를 갖는 연대와 희망을 일깨워 활동하라고

초대하십니다. 우리의 파스카 신앙을 일깨우고 되살리기 위해 주님께서 일어나실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닻이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로 우리가 구원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키가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로 속량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로,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도, 구원자이신 주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낼 수 없도록, 

우리가 치유되고 그분의 품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과 만남의 결핍으로 고통 받고 격리된 채,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경험하지만, 여전히 우리를 구원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들읍시다.

 

“주님께서는 부활하셨고 우리 곁에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위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생명을 되찾으라 하시고, 우리에게 호소하는 이들을 바라보라

하시며, 우리 안에 깃들어 있는 은총을 더욱 굳건하게 하고, 식별하며 가꾸어 나가라고 하십니다.

“꺼져 가는 심지”(이사 42,3)를 끄지 맙시다. 그 불꽃은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희망으로 다시

불이 타오르도록 합시다. ....우리는 그분의 십자가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희망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화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희망을 품기 위해 주님을 껴안읍시다. 이것이 우리를 두려움에서 해방하고 희망을 주는 신앙의

힘입니다. ....우리는 베드로와 함께 이렇게 외칩니다. “여러분의 모든 걱정을 그분께 내맡기십시오. 

그분께서 여러분을 돌보고 계십니다” (1베드 5,7).

 

오늘 부활 대축일을 맞아 그리스도께서 주신 이 빛이 온 누리의 모든 이들과 우리 겨레에게, 특별히 희망을

잃고 어려움 속에 있는 우리의 형제들에게 고루 비치기를 거듭 기도합니다.

 

이영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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