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민 수녀 “일본, 악행은 악신 탓이라 믿으며 과거사 책임 회피”-한국일보 인터뷰

작성자 홈지기 작성일자 Apr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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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알려면 일본 종교를, 무엇보다 신도(神道)부터 알아야 해요.” 일본인에게 신도란, 이런저런 종교가

아니어서다. 일본의 불교, 일본의 기독교를 알기 위해서도 신도를 알아야 한다. “일본인들의 정서와 뼛속에

너무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초(超)종교’나 ‘생활 습속’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지난 10일 서울 성북동 씨튼연구원에서 마주한 최현민(61) 원장의 설명이다. 씨튼연구원은 종교 간 대화를 이끄는 천주교계 연구원으로 최 원장은 최근 ‘일본 종교를 알아야 일본이 보인다’(자유문고)를 내놨다.

 

신도의 가장 큰 특성은 ‘흐릿한 선악관’이다. 일본은 한국만큼 윤리적 도덕적 책임 문제에 덜 민감하다.

신도의 인식 체계 내에서 악이란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다. 생명력이 다하거나 오염됐을 때 발생하는,

하나의 현상이다. 선으로 다시 회복될 여지가 있다. 일본 축제 ‘마츠리’가 사실상 정화 의식이고,

일본인들이 마츠리에 열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더러워지는 것 자체도 자기 책임이 아니다. “신도에서는 신(神)을 ‘가미’라 부르는데, 그 중에는

‘악신(惡神)’도 있어요. 내 안에 들어온 악신이 나를 움직여 나쁜 행동을 하게 했다고 일본인들은

생각합니다.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거죠.” 일본이 과거사 책임 문제를 회피하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한중일 동북아 3국 불화의 씨앗인 ‘야스쿠니(靖國) 참배’ 문제 또한 그런 맥락 아래 있다. “일본인들은

원한을 품은 영혼, 즉 원령(怨靈)이 산 사람을 해코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제사를 지내 그들을 달래줘야

한다고 믿어요. 원초적 믿음 같은 것이어서, 그 부분을 이해하지 않고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어쩌다 일본은 고대 토착 신앙의 절대적 영향 아래 놓이게 됐을까. 최 원장은 일본의 역사와 관련된 문제라

봤다. “지금 일본인은 천황을 현인신(現人神)으로 인식합니다. 신화와 역사를 결합해 국민을 만들어

내려 했던 메이지(明治) 정부의 기획이 주효한 거지요.” 단군신화를 상징성 강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천황가 신화인 기키(記紀) 신화를 사실 그 자체로 여긴다.

이런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기에 일본 종교에는 ‘초월성’이 아주 부족하다. 일본이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그 때문이다. 일본이 불교나마 받아들인 건 ‘장의(葬儀) 불교’ 형태로 현세 중심인 신도의 내세

공백을 기능적으로 메워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엔 장단점이 따른다. 가령 신도적 믿음은 팔로어십(지도자 추종)에 유용하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는 데는 아주 유용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리더십이다.

“위기 국면에서 한국이 주목 받은 게 투명성이잖아요. 머뭇거리고 감추려 하는 아베 신조 정부의 리더십이

사태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리더십만 잘 작동하면 일본도 위기를 극복해낼 겁니다. 우리와

연결돼 있으니 당연히 그래야 하고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수녀와의 대화치곤 독특하다. 그럴 만한 배경이 있었다. 최 원장은 원래

생명과학도였다. 생화학 전공으로 대학원까지 마쳤다. 하지만 세부적 과학 지식은 ‘숲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회의감으로 발전했다. 공부 대신 수도의 길을 택했다.

 

전임 씨튼연구원장 김승혜 수녀가 최 원장을 다시 공부의 길로 이끌었다. 일본 난잔(南山)대

종교문화연구소와 교류하면서 최 원장은 일본 불교에 이끌렸다. 종교학 석사, 박사 논문 모두 불교에 대해

썼다. 2000년대 중반 서강대에서 ‘일본 종교’ 과목을 맡으면서 일본 종교 전체를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 성과를 모아 낸 게 이번 책이다.

종교 간 대화를 하면서 ‘평화’라는 화두를 쥐게 됐다. 동북아 평화는 그 시작점이다. “한일 관계가 계속

꼬여 온 건 사실이죠. 하지만 우리가 선입견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조금이나마 관계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종교는 아주 좋은 실마리다. 종교는 사람 마음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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