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바람의노래2020.04.07 10:44조회 수 69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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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햇빛이

간지러움으로 잠을 깨우고

 

새들이 날아와 봉오리에 입 맞추니

온갖 꽃들이 팝콘처럼 터진다.

 

학생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 가득했던 교정

교실문은 닫혀있고

날마다 수업시간을 알리는 차임벨 소리만 홀로 울고

 

식사 때면 급식실 앞에서 야옹이며 기다리던

들고양이만 힘없이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코로나19로 쓰러지고 아픈 이들

운명을 달리한 이들과 그 가족들

두려움과 공포로 웅크린 수 많은 이들

그리고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도 이웃을 만나면

재빨리 피하고 싶은 나의 부끄러운 자화상.

 

봄이 봄 같지 않아 가슴은 쓰라리고

그저 두손만 모은 채

깊은 갈망으로 하늘을 우러르고

 

아드님께 때를 앞당기게 한 어머니를 향해

묵주알만 열심히 돌리고 있는 지금.

 

허나 어김없이

절망과 좌절에 빠진 우리들에게

보이지 않으신 하느님께서는 

보이는 부활의 또렷한 표지를 남기신다.

 

우리가 버려놓은 이 땅,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제조하려는

온갖 이기심으로 오염된 자연의 세계,

바이러스들의 세계.

 

오늘도 십자가 앞에서

 

깨어 기도하는 이들의 기도가 올려지고

그들 사이에 부끄러움으로 앉아 고개 숙이며  기도한다.

 

당신께 죄를 지었사오니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2020.4.6. 성주간 월요일에)

 

+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코로나 19로 온 세계가 어려움 속에 있습니다. 수도자인 저희들은 사순절을 진하게 느끼고 보내고 있습니다.

슬픔과 고뇌로 눈물을 흘리신 예수님의 모습을 곳곳에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홀로 베드로 광장을 비를 맞으며 아픈 다리를 끌고 가시는 교황님의 모습이

제게는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 모습으로 겹쳐 보였습니다.

그래도 이곳 강진은 아직은 청정지역이고 저는 8명의  공동체 수녀님들이 있고

가까이 강진만도,  넓은 학교 운동장도 있어서 감사하며 지내고 있지만

이런 제 모습도 때론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번 부활은 부활같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하느님이 보여주신

표징들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함께 기뻐할 부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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